[이슈크래커] 연일 전장연 때리는 이준석, 그 속내는

입력 2022-03-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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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장연 때리기에 나서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 인수위까지 이 대표의 전장연 때리기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 대표의 도발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장연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시위를 진행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향해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후로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3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이 어떤 메시지로 무슨 투쟁을 해도 좋다.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려라”라고 질타했다.

이준석 전장연 때리기에...여·야·인수위까지 한마음으로 비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전장연 때리기’에 당 내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가세해 이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28일 같은 당 소속인 김예지 의원은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복궁역을 찾아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정치권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은 말을 마친 뒤 무릎을 꿇으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 정치적 이슈와는 거리두기를 하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전장연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 대표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안 위원장은 30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한 것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힘든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라며 “그 일은 정치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와 배치되는 발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제가 해당 분과 간사와 그리고 인수위원을 (전장연 시위) 현장에 보낸 이유가 바로 그분들의 의견을 듣고 그걸 인수위 정책 그리고 또 다음 정부의 청사진에 반영을 해야 되겠다는 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말처럼 전날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를 맡은 임의자 의원과 김도식 인수위원 등은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전장연과 만나 약 30분간 면담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임 의원 등은 전장연 측으로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관한 요구사항을 전달받았으며,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의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전해달라”는 요청에도 응했다.

소속 정당과 인수위가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는 데 더해 민주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전장연과 만나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라고 한다. 이건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28일 “차별받고 있는 시민을 돌보고 살피는 정치를 함께 해 나가자”며 “부디 차별의 구조에 놓인 시민의 삶에 공감하고 협의하고 조정해 나가는 정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홀로 전장연 비판 전선에 서있는 모습이다.

‘전장연 때리기’는 선거 전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하루 전인 8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이 대표가 정치권에서도 유일하게 전장연을 비판하는 속내는 결국 ‘선거를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행보일 가능성이 큰데, 실제로 이 대표는 31일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어느 책임 있는 정치인도 나서지 않아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전장연의 불법적 시위 방식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게 지금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그리고 서울 시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방법”이라며 젊은 층을 직접 언급했다.

다만 이를 선거 전략으로 보더라도 비판을 쏟아내는 의견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29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와 전장연 논란에 대해 “일부 대중의 감정을 선동하고 분노를 부추겨서 자기에 대한 지지율로 끌어올리려는 저급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는 이게 선거전략일 수도 있다”라면서도 “이준석은 정치공학적으로 멍청한 경우다. 이준석은 ‘헛똑똑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전략이 젊은 층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중앙선대본 청년본부장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 대표와 의견을 같이했다. 장 전 본부장은 “정치권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서울시민의 출근길을 일방적으로 묶는 방식의 시위에 ‘무조건 옳다’, ‘무조건 지지한다’는 목소리만 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방식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을 맡았던 박민영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29일 자신의 SNS에 “이 대표가 비판한 건 장애인이 아니라 전장연”이라며 “이 대표가 비판한건 ‘전장연 그 자체’가 아니라 불법 시위라는 전장연의 ‘행위’”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 대표가 전장연의 불법 시위를 비판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에 시민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필요했다”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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