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휘몰아친 공모주 열풍 앞에서 고위 공직자도 결국은 ‘개미’(개인투자자)였다. 부인과 자녀들을 앞세워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부터, 현대중공업, 카카오 페이까지 골고루 주워 담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공개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홍석화 전 주과테말라 대사는 지난해 5주의 현대중공업을 신규 취득했다.
56조 원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은 현대중공업은 작년 기업공개 시장(IPO) 대어 중 하나였다. 당시 청약 경쟁률(405대 1)을 고려하면, 홍 전 대사는 약 1억 원의 증거금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기가 좋은 공모주는 SK IET였다. SK IET는 지난해 81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메가 히트’를 친 공모주다. 다만 공직자 본인보다는 배우자나 자녀들이 사들였다.
유연상 대통령경호처장의 장녀가 1주를 취득했으며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 차녀(2주)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 배우자(3주) △김동회 금융감독원 부원장 배우자(2주) 등도 청약 열풍에 합류했다.
김 부원장은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 제고, 공모주 청약 등을 위해 소액으로 여유자금을 투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류상민 기획재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장 장녀(카카오페이 3주), 박인석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 배우자(카카오뱅크 17주) 등도 공모주를 취득했다.
이들은 과연 돈을 벌었을까? 매도시점을 파악할 수 없어,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분명한 건,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되고 가격 제한폭 30%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선 작년 9월 17일 증시에 입성한 현대중공업은 공모가(6만 원) 대비 85% 오른 11만1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11만9500원이다. 홍 전 대사가 여전히 5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28만9500원을 벌었을 것이다.
이 보다 넉달 앞서 코스피 시장에 이름을 올린 SK IET는 시초가가 21만 원이었다. 공모가(10만5000원)의 두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팔자’에 최근 12만 원대까지 밀려났다. 배우자와 자녀들이 1~3주를 산 것을 고려하면 손에 쥔 돈은 2~6만 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공모가 3만9000원, 현재가 5만1600원)와 카카오페이(9만원, 14만8500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