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르노, 러 합작사 지분 68% 매각 검토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중단
'종전'과 관계없이 경제 제재가 걸림돌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속속 '탈(脫) 러시아'를 서두르고 있다.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립 작전'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현지 사업을 정리하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이 빠른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현대차의 고민도 커졌다.
3일 ‘오토모티브 뉴스’를 포함한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스텔란티스는 러시아 현지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푸조ㆍ시트로엥(PSA)'과 '피아트ㆍ크라이슬러(FCA)'의 합병으로 탄생한 글로벌 4위 완성차 회사다.
이 회사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은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기자 회견을 통해 “현재 부품공급 문제로 러시아 현지의 피아트 밴(Van) 생산공장을 곧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는 앞서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와의 차량 수출입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모스크바 남서쪽에 자리한 ‘칼루가’ 공장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나섰다. 러시아 현지시장은 물론 독립국가연합을 겨냥해 시트로엥과 오펠, 푸조, 피아트 등을 생산해 왔다.
타바레스 CEO는 “칼루가(러시아) 공장 생산물량을 프랑스와 영국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며 “연간 2000만~3000만 유로(약 3300만 달러)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르노 역시 러시아 사업 정리를 검토 중이다.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 보도를 보면 르노는 러시아 합작사 ‘아브토바즈(AvtoVAZ)’의 지분 약 68%를 보유 중이다. 이를 러시아의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부터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 역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독일 정부 정책에 따라 폭스바겐 역시 사업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극적으로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지속할 예정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망에서 러시아가 퇴출당한 만큼, 당분간 현지 투자는 물론 수익 환원 등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러시아 탈출이 확산하면서 러시아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기준, 기아의 소형차인 리오는 러시아에서 총 7893대가 팔렸다.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판매량 1위였다. 현대차 엑센트(현지명 쏠라리스)도 작년 2월보다 31.3% 증가한 7238대가 팔리며 2016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현지 전략 모델의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전체 3위권 이내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호실적을 유지하는 만큼, 철수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현지공장 가동을 중단한 이후 아직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미 연산 23만 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바탕으로 러시아 시장 점유율 3위권 이내의 완성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미국 GM이 두고 떠난 공장까지 인수한 상황이어서 현대차의 러시아 철수는 쉽지 않으리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의 전직 고위 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대차는 경영전략을 짤 때 섣부른 판단 대신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가장 유리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다만 경쟁사들이 뜻밖에 ‘러시아 엑시트’와 관련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