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진행 중인 평화협상 상황이 최고위급 회의에 보고할 정도까지 진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협상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협정 초안은 최고위급 회의에 제출할 정도로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다"면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이 언급한 최고위급 회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단계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측의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양국의 협상 초안이 두 나라 정상 간의 협의가 이뤄질 만큼 진전됐다면서, 조만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에 동의하는 등 평화협상에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영토 문제에 대한 협상에서는 진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불행히도 나는 아라카미아의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초안에서 이미 정치적 차원에서 합의한 사항들조차 확인하는데 한참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상회의를 통한 회담은 4일에도 이어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대면으로 5차 회담을 마친 지 사흘 만인 지난 1일부터 온라인 회담을 재개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영토 문제에서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가 이미 러시아의 영토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스탄불 협상에서 자국의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가 요구해온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 문제에 대해 크림반도의 무력 탈환을 시도하지 않기로 하고 향후 15년간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