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으로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으로,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시대를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한 후보자가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새 정부의 첫 총리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혀온 인물이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 왔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 경제수석을, 노무현 정부의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경제·외교분야 국정의 이력과 경륜으로 보아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윤 당선인이 강조해온 통합과 경제에 방점이 찍혔고, ‘능력 위주 인사’에도 부합한다. 새 정부의 우선 과제인 협치(協治)를 기대할 만하다. 당선인과 총리 후보자는 미리 만나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후속 인사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지난 대선에서 지역과 진영, 계층, 세대, 젠더 간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심하게 갈라진 국민여론을 묶고, 코로나19 사태로 추락한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당선인은 대통령비서실 축소와 책임총리 및 책임장관제를 거듭 천명해 왔다. 앞으로 총리가 중심이 되어 정부 부처의 이해를 조정하고 관료들의 국정 역량과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경제·안보는 가장 엄중한 위기에 놓여 있다. 코로나 문제 말고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공급망 충격에 겹친 유가 및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위기를 가중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의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나라 미래를 위협하는 잠재성장률 추락, 재정건전성 악화, 인구 감소, 공적 복지의 보루인 국민연금 고갈 등의 난제(難題)도 첩첩산중이다. 새 정부는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한다.
현실적으로 최대 걸림돌은 새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이다. 국회의 거대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면 정부 초기부터 국정 운영의 차질을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어떤 개혁도 좌초할 수밖에 없는 정치 지형이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새 총리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후보자의 1차적 과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임명동의인데, 민주당은 물론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발목을 잡는 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