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고액 보수’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률가도 아닌 그가 로펌에서 무슨 역할을 했기에 거액의 보수를 챙길 수 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대형로펌에서 전직 정치 관료들은 일종의 ‘브로커’처럼 활약한다. 한 후보자도 이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동안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왔다. 2020년 말까지 3년간 매년 5억 원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는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보수로 국민 정서와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한 후보자는 법률가가 아닌 전직 고위 관료였을 뿐인데 어떻게 로펌에서 고문 역할을 하고 보수를 챙겼냐는 의구심도 이어졌다.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들은 대형 로펌에서 ‘고문’ 또는 ‘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자문’ 역할이 있지만 대게 ‘로비스트’로 활약한다. 주로 공무원과 로펌을 이어준다. 또는 그 이상의 작업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때 비용을 절감하고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끔 고문들이 직접 나서서 관할 공무원들에게 모종의 부탁이나 압박을 넣는 식이다. 공무원들도 대체로 이들의 동료, 후배이기 때문에 거스르기 어렵다.
오시영 변호사는 “대형로펌은 입법 과정에서부터 공무원에 접근해 기업에 유리한 판을 깔아준다”며 “이 과정에서 전직 관료들이나 총리, 장관들을 동원하고 전형적인 브로커 역할을 시킨다. 한 후보자 역시 이같은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의 한 관계자도 “정부부처에서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국장을 로펌으로 데려와 고문으로 앉히고, 그 고문은 자기 밑에 있던 과장들에게 접근해 모종의 ‘딜’을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몸값은 퇴직 직전부터 올라간다. 앞선 김앤장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한 공무원의 임기가 곧 끝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온갖 로펌에서 다 달라붙어 영입 제안이 오는 걸 본 적이 있다”며 “그렇게 몇 차례 연봉협상을 하더니 ‘자문 역할을 하겠다’며 한 로펌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고위 공무원 출신인 이들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왔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퇴임을 한 후 로펌에서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며 “저는 그런 제의를 모두 거절해서 일체의 경제 수입을 올리지 않았고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