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대량살상무기 집속탄 사용" 주장
미사일엔 '아이들을 위해' 러시아어 문구 적혀 있어
러시아 "우크라 자작극" 반박
우크라이나 피란민 모여있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기차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측은 공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도네츠크주(州) 파블로 키릴렌코 주지사는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이 러시아군의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재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키릴렌코 주지사는 이들 부상자 중에는 어린이 16명과 여성 36명 등이 있으며 이들은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혼체렌코 크라마토르스크 시장은 "밀려드는 부상자의 수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잔인하고 야만적으로 살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공격 이후 역 주변은 이미 숨지거나 부상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고, 이들의 소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등 아비규환이었다. 역 인근에서 수거된 미사일 잔해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는 러시아어 문구가 적혀있었다.
공격을 받은 역사에는 기차로 피란하려던 주민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체렌코 크라마토르스크 시장은 지난 2주간 이곳을 찾는 피란민이 하루 평균 8000명이었고, 미사일이 떨어질 당시 4000여 명의 피란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확인된 바 없다.
이 지역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시작할 때 러시아군이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았던 지역 중 하나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인근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친러 세력이 밀집해 있는 돈바스를 중심으로 동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돈바스 지역과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지난 6일 해당 지역에 긴급 대피령을 내린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이날 공격에 대량 살상 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소형 폭탄 수백 개가 들어있는 형태로,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을 저격할 수 있어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은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어떠한 포병 사격도 계획하거나 수행하지 않았으며 자국군이 해당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우크라이나군은 구소련 시절 설계된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과거에 러시아군과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폭격 당시 역에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없었다. 러시아군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파괴한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저지르는 악에는 한계가 없다.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 부당한 전쟁을 피하려는 민간인의 탈출로를 차단하고 인간적 고통을 야기하는 또 다른 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