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9배·이탈리아 6.28배로 2, 3위
“동아시아, 교육비·보육비 부담 너무 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금융그룹이 중국 유와인구연구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신생아 때부터 18세까지 자녀를 양육하는 비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7.79배로 가장 높았다고 9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이 6.9배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이탈리아는 6.28배로 3위였다. 양육비 부담이 큰 상위 14개국 중 미국은 4.11배, 일본은 4.26배로 중위권이었으며 호주가 2.08배로 가장 낮았다.
유와인구연구소 보고서는 중국에서 자녀 1명을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평균 총비용이 48만5000위안(약 9352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금액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나라마다 데이터를 도출하는 연도가 같지 않아 중국과 다른 나라 상황을 비교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만 썼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의 2013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양육비 비중을 도출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2012년 보고서에서 자녀 1명당 양육비가 대학생인 21세까지 총 3억896만4000원이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5168달러(작년 연평균 환율 기준 4024만7000원)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금액은 3억1352만 원 정도가 된다.
제프리스는 “절대 지출액으로 따지면 중국은 아이를 키우기에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하나”라며 “그러나 양육비는 모두 상대적이다. 평균 가처분 소득 비율로 조정하면 중국이 자녀 양육에 있어서 가장 비싼 국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에 대해 제프리스는 교육비와 보육비 부담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제프리스는 “중국에서 18세까지 자녀 1명 양육에 약 7만5000달러가 필요하고 대학을 졸업하려면 2만2000달러가 더 들어간다”며 “이는 미국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한 것처럼 들리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 많은 서구 국가들은 학자금 대출이 더 일반적이어서 학비 부담이 부모에게서 자려 스스로에게로 이전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2019·20학년에 대학 학부생의 55%가 학자금 대출을 짊어지고 졸업했다.
또 중국에서 유치원 대부분이 사립이었다고 제프리스는 꼬집었다. 그만큼 부모들이 보육 부담을 많이 짊어지는 셈이다.
이런 교육비와 보육비 부담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지난해 0.81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해 중국 출생 인구는 1062만 명으로 전년보다 11.5% 감소하고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교육 비용 통제에 나서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제프리스는 “중국 정부가 보육원과 유치원 비용에도 손을 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