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차관들의 현장 행보가 많아지고 있다. 권칠승 장관과 강성천 차관은 임기 막바지 상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 현장을 직접 찾고 있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 거론된 ‘중기부 통폐합설’로 어수선한 관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중기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권 장관은 울산, 경기 성남, 인천, 경기 안산 등 5곳의 현장을, 강 차관은 전북, 경기 수원, 서울 등 3곳의 현장을 찾았다. 일주일에 3~4건의 현장 행보를 하는 셈이다. 그동안 2주에 1~2건 정도의 현장 행보를 나선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아진 셈이다. 중기부는 이러한 장·차관들의 현장 일정에 ‘광폭행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치켜세웠다.
그동안 권칠승 장관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2021년 2월 취임한 권 장관은 취임 첫날 취임식도 없이 소상공인 현장을 찾았고, 이후 100일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방문 및 업계 간담회 등의 일정을 수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장을 가장 많이 찾았다.
하지만 임기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현장행보는 줄어들었다.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중기부는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지원 정책 수립 및 집행을 맡았다. 제2차 벤처 붐 조성을 위해 벤처투자 지원 및 규제 혁신안 마련,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입 등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중개까지 해야 했다. 권 장관과 강 차관을 비롯해 중기부 직원들은 매일 같이 현안을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할지 회의를 진행하며 머리를 쥐어짰다.
대선 후 정권교체가 예고되자 다시 권 장관의 현장 행보는 늘어났다. 중기부가 잠시 실무 업무를 줄이고 인수인계 과정으로 들어가면서 현장에 갈 시간이 많아져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의가 많이 줄고 임기 막바지가 되자 권 장관의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장관의 소신대로 관가 안에서 서류를 두고 씨름할 시간에 현장에 찾아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인수위 안팎에서 거론되는 ‘중기부 해체설’로 관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도 권 장관의 현장 행보를 이끄는데 한몫했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요 며칠 사이에 다들 출근하면 중기부 조직개편 관련 기사만 찾아보고 있다”며 “실제로 해체나 축소되면 어쩌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권 장관이 현장 행보를 늘리며 기강을 다 잡는 거 같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8일 경기테크노파크에서 경기지역 중소기업들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입법 활동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소기업 대표들은 권 장관에게 “이제 임기가 얼마 안 남으셨지만 국회로 돌아가신다면 중소기업들을 위한 의견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권 장관은 “국회에 복귀하면 입법부의 입장에서 제조 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입법과 이슈 관련 문제들에 역할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