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폐기와 탄소중립 정책의 개편을 공식화했다. 탈원전 백지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12일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의 실현은 어렵고, 전기료의 대폭 인상으로 민생 압박과 경제 전반의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에 바탕한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및 전력시스템 혁신’, ‘녹색기술 연구개발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 동력 창출’, ‘녹색금융 확대’,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 강화’,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재구축’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탄소중립 과속’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과 충격을 가져온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수없이 제기됐다. 정부는 2018년에 세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 26.3%를 작년 10월 일방적으로 40%로 올렸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보다도 훨씬 감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은 이를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중립 목표로 선언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도 탄소제로 시기의 합의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3월 시행됐다. 그러나 전자·자동차·철강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제조산업이 감당할 수 없는 탄소중립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돈을 들여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거나 생산을 줄여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및 감산, 연관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의 후퇴 또한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는 독단적인 탈원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까지 늘려 탄소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황하기 짝이 없다. 필수적인 일사량이나 풍속 등에서 한국의 입지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정부가 역점을 둔 수소에너지 기술의 상용화 또한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 기술을 축적한 한국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경쟁력을 추락시키면서 에너지 안보를 위기에 내몰았다.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탈원전의 전제부터 잘못된 탄소중립 계획이었다. 실현 가능성 없는 과도한 목표를 세우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탄소중립은 나라경제를 위기에 빠트리고 국민생활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원전산업 생태계를 회복해 미래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탄소중립에 앞장서온 미국이나 유럽 등도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지난 5년 탈원전 정책이 가져온 손실과 피해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