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보조금 지급 등 보급 정책 주효
그간 하이브리드에 중점뒀던 일본도 공격적 투자나서
전기차 대세되면서 관련 부품·소재 확보 경쟁도 치열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2.2배 급증한 약 460만 대로 같은 기간 310만 대가 팔린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기차 판매 급증을 견인한 것은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배 늘어난 291만대를 기록했다. 당국의 보조금 정책과 함께 저가 전기차가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중국은 처음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10%를 넘었다.
독일은 34만대로 전년 대비 1.8배 늘었다. 이는 하이브리드차의 4배 달하는 규모다. 주행거리가 긴 차종을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약 49만 대로 80만 대인 하이브리드차에 밀렸지만, 전년보다 1.9배 증가하는 등 존재감이 커졌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신차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가 50%를 웃돌았다. 이들 국가 모두 기후변화 대응 차원으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펼친 것이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신차 구매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하이브리드차보다 전기차를 ‘친환경차’로 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일정 비율 생산을 의무화하는 ‘탄소 제로 배출 차량’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했다.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그간 하이브리드차량 개발에 집중했던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전기차 판매 대수는 2만 대에 그쳐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전날 혼다는 2030년까지 10년간 전기차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5조 엔(약 48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4조 엔을 투입해 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350만 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전날 첫 전기차 중형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 ‘bZ4X’를 선보였다. 닛산자동차는 2026년까지 5년간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개발에 2조 엔을 투입해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생산할 방침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테슬라 등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전기차에 520억 유로(약 69조 원)를 투입하는 한편 202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현재 5%에서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테슬라는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독일과 미국에서 잇달아 신규 공장을 가동시켰다. 테슬라는 올해 생산능력을 지난해 두 배인 200만 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앨릭스파트너스는 2025년까지 세계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투자 규모가 3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부품 확보를 위한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 달라지는 만큼 이를 확보하는 경쟁력이 일본 자동차산업의 장래뿐만 아니라 글로벌 업계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날 호주 광산업체 글렌코어와 코발트 조달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포드도 아르헨티나산 리튬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