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수준 실적에도 주가 하락세로 근심
동국제강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물단지로 취급받아온 브라질 일관제철소(CSP)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주 피크아웃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동국제강의 자사주 매입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 이목이 쏠린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자사주 200만 주를 321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회사 측은 취득 목적에 대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3월 마찬가지로 200만 주를 80억 원에 사들인 이후 동국제강은 2년여 만에 다시금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동국제강이 모처럼 자사주 매입에 나선 이유는 주가가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영업이익 803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2008년 8562억 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원자재값 상승이 어닝 서프라이즈 원동력이 됐다. 고철(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철근 판가가 올랐다.
또 원가 상승은 애물단지였던 CSP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시켰다. 2016년 준공 이후 2조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던 CSP는 주력 제품인 슬래브(철강 반제품)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7000억 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슬래브 수출가격(FOB)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4월 톤당 334달러에서 1년 만인 지난해 4월 톤당 867달러까지 급등했다.
동국제강은 "당기순이익은 2020년 흑자 전환한 이후 1년만에 704% 증가라는 성과를 이뤘고, 이는 재무 안정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지난해 기업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서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동국제강 주가는 지난해 4월 2만7850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중국 철강 수요 부진 등이 예상되며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계속적으로 제기되며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올해 1월엔 지난해 고점 대비 주가가 50% 이상 떨어지며 1만3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철강업 피크아웃이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에도 인프라 투자 등 철강재 수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기존의 도로, 철도, 교량 등과 함께 UHV송전, 자동차 충전소 등이 추가되면서 철강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부양책은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13일 동국제강 주가는 전날보다 7.17%(1150원) 급등해 종가 1만7200원을 기록했다.
한편, 동국제강 '장세욱 체제'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 본사에서 제6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장세욱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장 부회장은 "전기로 기술 고도화, 친환경 컬러강판 생산공정 구축,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통해 미래 철강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