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저지해 온 김오수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발의한 지 이틀 만이다.
김 총장은 17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 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총장은 소위 ‘검수완박’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며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이 경우에도 공청회, 여론수렴 등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다”고 밝혔다.
또한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끝으로 검찰 구성원들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국민의 뜻과 여론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해줄 것을 끝까지 믿고, 자중자애하면서 우리에게 맡겨진 업무에 대해서는 한 치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다하여 수행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15일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입법에 앞서 저에 대한 탄핵 절차를 먼저 진행해 달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 총장은 “검찰이 잘못했다면 책임은 총장, 검찰을 이끄는 제게 있다”면서 “저에 대한 탄핵 절차 이후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온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날 ‘검수완박’을 위한 법안을 정식으로 발의했다. 이번 김 총장의 자진사퇴는 법안 발의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앞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에 김 총장은 18일 국회를 다시 찾아 법안 처리 중단을 호소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자진 사퇴로 향후 일정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일각에서는 김 총장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기도 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8일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조부장님 등 그 직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김 총장을 저격했다.
이 부장검사는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습니다만, 현 정부 들어 기조부장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시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고 하시며 사의를 표하신 문모 검사장님 정도의 소극적인 의사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13일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