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한국형 급성기 클리닉 "경증응급환자도 필수 의료서비스 받을 수 있어"

입력 2022-04-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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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연세의원, ‘365일 연중무휴 야간진료’ 표방…상급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ㆍ중증응급환자 발견과 빠른 이송에 이점…코로나 대면치료도 시작

“심하진 않지만 아이가 화상을 입어 응급실을 갔죠. 밤 12시였는데 사람이 많아 3~4시간을 기다렸는데 연고 바르고 약 처방 받고 끝났어요.”

휴일 및 심야시간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일이다. 심야시간이나 휴일에는 갈 수 있는 마땅한 병원이 없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대기 시간은 길고, 치료 만족도는 높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실을 찾는 건 더 어렵다. 코로나 재택격리자들도 마찬가지다.

생명이 위급한 경우 등 중증응급환자가 아닌 경증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수요는 많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3분의 1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후유증을 겪는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의료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경증응급환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마땅치 않아 응급실을 방문하고 이는 상급병원 과밀화와 수용능력 악화를 초래한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반드시 경증환자 분산대책을 마련하고, 환자 치료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환자들이 재택격리 중 기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존 질환 치료중단과 상태악화로 격리해제 후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상급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코로나19 확진자의 원활한 대면진료를 위해 ‘급성기 클리닉(Urgent Care Clinic)’ 본격 운영에 나섰다.

국내 첫 급성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판교연세의원의 신형진 원장은 “중증환자 위주의 응급실에서 경증환자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다”며 급성기 클리닉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제공=판교연세의원)

급성기 클리닉은 20여년 전부터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만 9000개 정도의 클리닉이 운영 중이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 정부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Urgent Care Clinic 혹은 Walk in Clinic으로 불리고 있다.

이 회장은 “급성기 클리닉은 개인병원과 응급실의 중간형태로, 경증응급환자들의 불필요한 응급실 수요를 흡수하고, 환자들에게 빠른 진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응급실에서 경증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외상치료를 포함한 경증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365일 연중 무휴 야간진료’를 표방한 이 병원은 일반환자 진료와 함께 경증응급질환 치료를 담당한다. 심각한 부상이나 질환은 아니지만 주말·심야시간에 대형병원 응급실을 갈 수 없는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 외상 등 외과적 질환이나 설사 등 내과적 질환이 포함된다. 신 원장은 “경미한 타박상이나 화상, 염좌 등 외상의 경우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약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증응급환자에 대한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이 급성기 클리닉의 존재 이유라는 설명이다.

특히 판교연세의원은 17일 코로나19 대면진료 클리닉을 열고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 해제후 다양한 후유증(롱코비드) 진단·치료도 시작했다. 신 원장은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격리하는 분들에게 효율적인 대면진료가 필요하다. 코로나 완치 후에도 적절한 후유증 치료를 받아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예방과 효율적인 환자 치료를 위해 일반환자 진료 공간과 코로나19 대면진료·치료, 코로나 후유증 치료공간을 별도 분리해 운영한다. 또한 대면진료는 일반환자 진료가 끝난 저녁시간에 진료하는 EM-365와 대한응급의사회 연구 모델도 적용된다.

급성기 클리닉의 역할 중 하나로 신 원장은 중증응급환자 발견과 빠른 이송을 꼽았다. 그는 “동네병원에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중증응급환자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급성기 클리닉의 경우 응급의학전문의가 상주해 놓칠 수 있는 중증응급환자를 적기에 상급기관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교연세의원은 많은 수의 환자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발견하지 못한 중증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신 원장은 “중증응급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효율적인 응급의료환자 의료전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급성기 클리닉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급성기 클리닉에 대해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 전문의는 응급환자 진료의 전문가로 경증의 응급환자 진료와 중증환자의 조기발견 및 상급병원 의뢰가 가능해 급성기 클리닉 운영에 가장 적절한 인력”이라며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한국형 급성기 클리닉의 실제 운영을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진료와 과밀화 예방의 효과를 증명하고 표준화와 전문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판교연세의원과 함께 연내에 추가로 3~5곳의 의원 개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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