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가속 움직임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도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계속 국내 주식을 매도하면서 투자자본을 빼가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에 그치지 않고, 환율과 물가 상승으로 경기가 후퇴하는 악순환 우려가 커진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1249.9원으로 치솟았다. 2020년 3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경향에 따른 것이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 스텝’이 여러 차례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당장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꺼번에 0.75%p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은 이런 상황에 주목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이날 2657.13으로 전 거래일보다 1.76% 하락했다. 4월 들어서만 지수가 100p 이상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우량기업들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현대자동차 등 대표기업 주가가 대부분 뒷걸음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계속 국내 주식을 매도한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 치운 물량은 1분기 중 7조6000억 원 규모이고, 4월에도 4조 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 같은 자본 이탈이 환율 변동성을 더 키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주식시장 하락과 환율 상승이 구조화하고 있지만, 달러 강세에 대응할 방도도 없다. 주요 통화가 대혼란의 상태다. 유럽중앙은행이 여전히 긴축을 꺼리면서 유로화가 불안하고,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중국도 환율을 올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가속되고,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와 주요 원자재, 곡물 등의 가격 급등으로 수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무역수지가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고, 소비자물가 또한 치솟고 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국내 기준금리 인상 또한 불가피하다. 환율과 금리, 물가 등의 거시 변수들이 한꺼번에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갈수록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인데, 정권 이양을 앞둔 지금 정부는 이미 파장 분위기이고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넘겨진 지난한 과제다. 전례 없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쳐지는 난국을 극복하고 경제 활성화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새 정부의 비상한 대책 수립과 과감한 실행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