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받아
기업 가치평가 책무를 저버리고 보고서를 베껴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개월간의 검찰 수사에서 위법행위 정황이 명백하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단독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형사3단독부는 “피고인은 청탁을 받고 위임인이 제공한 가치평가 결과를 자신이 공정하게 수행한 업무인 것처럼 포장했다”라며 “업무 및 자료 수집 기간, 범위 등 여러 요인을 살필 때 작성 주체는 피고인이 아니라고 봐야 하며 허위 기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면서 “피고인은 직업윤리를 저버려 공인회계사와 가치평가의 신뢰를 훼손했고, 보고서가 경제적 이해관계에 미칠 심대한 영향을 짐작하고도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해 죄질이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삼덕회계법인에서 일하는 A씨는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어펄마캐피털로부터 전달받아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꾸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가치평가가 공인회계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에 해당하지 않고 결괏값이 같았을 뿐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형사3단독부는 “가치평가는 직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라고 판시했다. 또 가치평가가 전문성을 갖춘 공인회계사의 경험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제공받은 결괏값이 과거 10년간 생명보험회사의 주가 추이에서 크게 벗어났음을 물론 타회계법인의 가치평가 결과와 현저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스스로도 제공받은 가치평가 결과의 허위성을 인식하면서도 위임인의 이익을 위해 애써 무시했다고 봄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그동안 범죄 이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은 회계법인의 위법행위가 근절되고 사모펀드와 회계법인 간 부적절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열린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와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원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재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즉시 항소했다. 금차 유죄 판결로 2심 재판 결과도 향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