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 방향으로 ‘네거티브 규제’를 내걸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5일 새 정부의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정부 주도로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민·관 주도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로는 현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빅3’에서 더 나아가 에너지, 바이오, 탄소중립 대응, 방산·우주항공, 인공지능(AI), 스마트농업 등 6대 산업을 제시했다. 에너지 분야는 차세대 원전과 수소산업 및 전력 신산업 육성, 바이오는 신종 감염병 대응, 탄소중립의 융합바이오, 방산·우주항공은 첨단 과학무기 연구개발과 수출산업화, AI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 스마트농업 분야는 스마트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안 위원장은 이와 함께 “법 개정 차원이 아니라 새롭게 법을 제정해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나가는 것만이 규제혁파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과 관련돼 특별히 법률로 금지한 것 말고는, 모든 기업이 어떤 사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용한 뒤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규제하는 ‘열린’ 규제시스템이다. 진입장벽을 없애 기업들의 자유로운 투자와 사업기회 창출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핵심요건이기도 하다. 네거티브식 규제개혁의 당위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돼왔고, 경제계도 수없이 요구해온 과제다.
우리 기업들이 규제혁파에 목말라하는 현실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규제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까지 별로 사정이 나아진 게 없고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의 그물에 갇혀 있다. 문재인 정부 또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또 공무원이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입증책임제’도 확대키로 했지만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노동, 산업안전, 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한 규제가 양산돼 기업가정신을 꺾고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규제개혁의 근본적인 해법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 새 정부가 내세운 미래 먹거리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분야들이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시간 싸움’으로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변화에 대응한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여 기업들이 마음껏 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네거티브 관점에서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전제조건이다. 새 정부는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확실한 각오로 이번에는 제대로 네거티브식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 기업 숨통을 죄는 올가미를 벗겨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