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출신 장철민 의원 "특별법, 지금 떠올려도 아픈 법안"
"소급 보상 문제, 생애주기별 고려한 방향으로 고민해야"
"법안ㆍ시민사회 조정안, 상호보완적 관계로 설정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읽고선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요양급여와 구제급여를 지급하고, 구제급여 대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자를 위해 특별구제계정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이 생기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각자 조정에 나서거나 민사 소송 등을 진행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영유아나 임산부, 혹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등으로,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드러난 지 올해로 12년째다. 사망자만 1만4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 사회적 참사는 수차례 진상 조사와 조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에야 피해 구제 최종 조정안이 나왔지만, 분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반대하면서 11년 만의 피해구제 조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장 의원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조정안뿐만 아니라 최초 문제가 인지되고 사태를 조사하고 구제법을 만드는 동안 사실 기업은 처음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대안을 만들려는 행동이 없었다”고 입법 과정을 떠올렸다.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도 현재 진행형이다. 폐 섬유화뿐만 아니라 폐렴, 천식 등 각종 폐 질환을 앓으며 일부는 호흡기를 낀 채로 살고 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적 트라우마에도 시달리고 있다. 처음 수십 명으로 시작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규모는 조사를 거듭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족들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아픔도 반복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피해 인과성을 입증하는 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환경부 등 정부 부처들이 기업 조사에 나서더라도 ‘경영상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최소한 환경, 건강 피해에 관련된 정부기관들에 한해서라도 기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 책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의 시간 축’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빡빡한 인과성 증명에 한정하기보다 다소 완화한 접근으로 피해 범위를 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체 생애주기를 고려한 치료나 보상 체계를 만들어 시간적인 범위를 늘리는, 대상과 시간을 확대한 투 트랙 접근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도 줄여나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나마 가능성을 본 것은 최근 입법 과정에서도 예전보다 피해 범위를 보다 포괄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다양한 건강피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0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특별법 시행령이 개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입법과 시민사회의 상호 보완적인 역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피해자의 요구를 충분히 담은 법을 준비해도 위헌 소지를 따져보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빠지는 게 현실이다. ‘왜소해진 법’이 나오는 이유”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럴수록 조정위와 같은 공론장 기구가 제시하는 대안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에 강제성을 가진 법이 힘을 실어줘야 피해자들의 보상 사각지대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