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을 판매하는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를 위해 ‘포켓몬코리아’와 라이선스(사용권) 계약을 맺었는데요. 이 기업의 지분 100%를 일본 더 포켓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내야 합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판매액의 10% 미만의 로열티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노재팬’이 끝난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재팬은 2019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실시한 수출 규제조치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말합니다.
당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화장품, 식음료, 의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일본산 맥주가 사라졌고, 일본의 대표적인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자동차 브랜드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죠.
갸루피스는 ‘갸루(Girl의 일본식 발음)’와 브이 사인을 뜻하는 ‘피스’의 합성어입니다. 갸루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패션 문화를 일컫는 말로 태닝한 피부에 짙은 눈화장, 금발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갸루족들이 사진을 찍을 때 손바닥을 뒤집은 채 브이 동작을 취했다고 전해지며 ‘갸루피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한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가 해당 동작을 방송에서 소개한 이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에서 유래한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반면 ‘포즈는 포즈일 뿐”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포켓몬빵 열풍에 갸루피스까지. 일본 관련 제품과 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재팬’이 진짜 끝난 걸까요.
일본 맥주도 부활하고 있습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올해 1분기 266만600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5% 상승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주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150만3000달러로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의류 브랜드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2020년 9월~2021년 8월) 영업이익이 5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883억 원에서 크게 개선됐습니다. 데상트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0% 늘어난 5437억 원,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2.9% 급증한 114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의 포켓몬빵 인기에 대해 조명하며 ‘노재팬이 끝났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경제 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최근 “한국에서 포켓몬빵 현상을 보면 노재팬은 이미 과거의 일임을 알 수 있다”며 “유니클로 매장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일본제 맥주도 매장 앞에 진열됐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본 맥주나 의류 브랜드의 실적 개선은 기저효과에 불과하며, 포켓몬 열풍이나 갸루피스 인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 역시 노재팬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란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