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반드시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키로 했다. 순수 해상공항으로 사업비 13조7000억 원을 투입해 2035년 6월 개항한다는 목표다. 작년 2월 국회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설계에 들어가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애초 박근혜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었지만,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를 백지화하고 가덕도로 바꿨다. 초대형 국책 사업을 정치논리로 뒤집은 것이다. 무엇보다 가덕도신공항의 입지는 2016년 세계적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 결과 부적격으로 판정 난 곳이다. 결정적 흠결은 해양매립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접근성도 나쁘며,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다.
예타가 면제되면서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것도 심각하다.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서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덕도신공항의 비용대비 편익(B/C)은 0.51∼0.58에 그쳤다. 이용객들이 없어 부실화한 전남 무안공항의 0.49와 별 차이가 없다. 이 수치가 1이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시는 총사업비 7조5000억 원, 연간 여객수요와 화물수요를 4604만 명, 63만 톤(t)으로 예측했지만, 정부 추산에서 사업비가 13조7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불었고, 여객 및 화물수요는 각각 2336만 명, 28만6000톤으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분석이라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무시하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임기가 며칠 남지도 않은 현 정부가 쫓기듯이 예타까지 건너뛰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공항이 건설된다 해도 제 기능을 못하고 엄청난 혈세의 낭비만 초래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 사업에 경제성만 따져서는 안 되고, 신공항 건설에 따른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 등 경제효과가 23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정부 예측보다 훨씬 늘어날 우려 또한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수심이 깊은 바다를 메우는 해양매립의 기술적 난관이 많고, 필요한 흙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산을 깎아내는 데 따른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 연약지반의 부등침하(不等沈下)라는 치명적 위험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과다한 공사비에 안전성, 환경의 심각한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세금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 미래에 큰 해악을 쌓는 정말 무책임한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