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지속 상승해 1270원도 돌파
수출지수도 역대 최대 기록했지만…
수입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높아… 교역조건 12개월째 악화
우리나라 교역 조건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우리나라 3월 수입금액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세라 교역지수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금액지수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입가격 오름세에 미치지 못하면서 교역 조건은 12개월째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178.16·2015년 100 기준)는 1년 전보다 28.3% 올랐다. 작년 12월(2.9%)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이며, 역대 최고 지수다.
품목별로는 기계 및 장비, 운송장비 등이 감소했으나 원유 등 광산품(88.4%), 석탄 및 석유제품(57.9%),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13.8%) 등을 중심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8.3% 올랐다.
수입물량지수(135.23)도 작년 3월보다 5.1% 높아져 19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수입물량지수 기준으로는 광산품(22.6%).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15.7%)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달 수출도 호조세였다. 3월 수출금액지수(153.28)와 수출물량지수(133.26)는 1년 전보다 각각 20.9%, 5.6% 올랐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수출금액지수는 운송장비, 농림수산품이 감소했으나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증가하며 전년 동월 대비 20.9% 올랐다. 수출물량지수도 5.6% 상승했다. 운송장비, 제1차 금속제품 등이 감소했으나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기계 및 장비 등이 증가했다.
다만 수출 가격보다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86.88)는 1년 전보다 6.3% 떨어져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수로는 2012년 11월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득교역조건지수의 경우 수출물량지수가 상승(5.6%)했으나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6.3%)해 작년 같은 달 대비 1.0% 내렸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ㆍ달러 환율은 연일 급등하며 28일 1270원 선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3원(0.58%) 오른 1272.5원으로 마감됐다.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 쇼크가 컸던 2020년 3월 19일(종가 기준 1285.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와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환율 오름세는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기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오후에 다시 급상승한 건 일본은행이 대규모 부양책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단기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0%로 유도하는 현행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떨어졌다. 이날 달러당 엔화는 장중 130.2715엔을 기록하면서, 20년 만에 130엔선을 돌파했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30엔선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