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 단행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퇴임 전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사면해 달라는 각계의 요청이 쇄도하는가 하면, 지지층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면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여권선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도 건의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면에 관해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에서 사면 문제가 다뤄지지 않자 사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이 석가탄신일 사면을 단행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구체적인 명단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측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참모들이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여론과 국민통합을 사면 단행의 기준으로 강조해온 만큼 상황변화가 없으면 사면도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정치적 득실 계산은 분주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하며 여론을 살피는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MB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면 현 정부하에서 옥고를 치룬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된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에 임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 이런 여론이 형성될 경우 김경수 전 경남지자나 정경심 교수 등을 사면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내편네편’을 가리지 않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김 전 지사의 사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문 적자’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는 사면이 이뤄진다면 향후 정치 재기가 가능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 그가 사면될 경우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친문 지지층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정치 세력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이 결국 사면 카드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사면 대상을 어떤 조합으로 구성해도 ‘자기편 끼워넣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수감된지 4개월여에 불과한 정 교수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까지 내려진 사건에 연루된 이 전 의원을 모두 사면할 경우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면권 최소화’ 원칙을 스스로 져버리는 셈이 된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늦어도 이번 주말 결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내달 8일 특별사면 실행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다음 달 8일까지 업무일 기준으로는 닷새 밖에 남지 않았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