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최근 향수 편집매장 본격 운영을 통해 향수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체기를 겪는 패견업계가 사업 다각화와 함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니치향수’ 니즈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향수시장은 성장세다. 1일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034억 원에서 지난해 7294억 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향수시장이 연간 7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2년간 약 20% 성장했다. 또한 2025년까지 9800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크도 못 막은 ‘향기 중독’은 니치향수 인기와 코로나19 유행과 궤를 함께한다. 니치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파생된 말로, 소위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극소수 마니아층들이 찾는 프리미엄 제품을 뜻한다.
니치향수는 30만 원 안팎의 고가 제품이다. 그럼에도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증가한 럭셔리 소비성향에 힘입어 인기가 올랐다. 여기에 재택근무, 마스크 착용 등 화장 대신 냄새로 취향을 드러내는 트렌드도 향수시장 성장에 힘을 보탰다.
현대백화점그룹 토탈 라이프스타일 케어 기업 한섬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 프랑스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Liquides Perfume Bar) 국내 첫 매장을 열고 최근 본격 운영에 나섰다.
리퀴드 퍼퓸바는 2013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론칭한 향수 편집숍이다. 프랑스 최고 향수 유통·수출 전문가 중 한명인 ‘다비드 프로사드’와 유명 공병(空甁) 디자이너 ‘필립 디 메오’가 공동 창업했다.
국내 첫 매장인 판교점 리퀴드 퍼퓸바에서는 다비드 프로사드가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한 브랜드 ‘퍼퓸 프라팡’ 등을 비롯해 ‘BDK 퍼퓸’, ‘베로니크 가바이’, ‘카린 로이펠트’ 등 5개 브랜드의 ‘니치향수’ 50여 종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한섬 측은 향후 매장에서 선보이는 브랜드 수와 상품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은 판교점 매장 운영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유통망도 확대한다. 더현대 서울 1층에서는 7월까지 리퀴드 퍼퓸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이달 말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한섬 관계자는 “판교점 매장 오픈에 앞서 최근 리퀴드 퍼퓸바 광고모델로 배우 이제훈을 선정하는 등 유통망 확대와 본격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기존 패션사업과 지난해부터 전개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을 통해 고객에게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스타일 크리에이터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니치향수 시장은 ‘터줏대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일찌감치 2014년 바이레도를 필두로 해외 유명향수 판권을 사들이며 향수 포트폴리오를 착실히 구축해 현재 총 9개 니치 프리미엄 향수를 갖추고 있다.
센세계인터내셔날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향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시마을 향수’로 불린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108%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023%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시마을의 스테디셀러 딥티크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총 260㎡(약 78평) 규모로 파리 본점을 포함해 런던, 로마, 뉴욕,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는 단독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LF도 니치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 오프라인 매장문을 열고 본격 참전했다. ‘조보이’는 2010년 조향사 ‘프랑수아 헤닌'이 론칭한 니치향수 편집숍 브랜드다. 독창적인 향, 강력한 메시지, 장인 정신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 선별한 세계 각국의 니치향수 브랜드를 엄선해 선보인다.
LF 측은 자사 LF몰에 관련 브랜드를 공식 론칭하며 온라인 유통망도 구축했다. LF는 신사동에 위치한 LF ‘라움 이스트’ 매장 1층에 조보이가 판매하는 다양한 프리미엄 니치향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소규모 체험관을 구성했다. 또한 이달 18~20일 ‘조보이’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LF관계자는 “최근 MZ세대들의 경우 상대방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프리미엄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며 “LF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프랑스 니치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에서는 프리미엄 니치향수와 함께 다양한 혜택의 프로모션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