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목돈이 생겼다며 비트코인(가상자산)을 투자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보통 투자 얘기가 나오면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 ETF는 금융 역사상 최고의 상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익과 안정성의 균형이 잘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인의 경우 추천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코인 가격의 큰 변동성때문이다.
투자자는 언제 가장 힘들고 괴로울까. 산 주식이나 코인이 떨어졌을 때는 당연히 속상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참기 힘든 건 투자하지 않았거나 보유하고 있다가 팔고 났더니 크게 올랐을 때 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이같은 감정을 '포모(FOMO)'라고 지칭한다. 포모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남들보다 뒤쳐지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에는 가상자산 투자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는 사람이 늘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자산이 불어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포모 증후군’도 생겼다.
‘그때 분명 관심만 좀 더 가졌더라면’이라는 후회가 생길 것 같다면 자산의 5%의 비중을 투자해볼 수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 배분 전략’보고서를 통해 위험 회피 성향의 기관투자자가 전통 자산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경우 5%의 적정 자산 배분율을 제시했다.
자산 1억 원을 모았다면 500만 원 정도를 투자하는 식이다. 비트코인이 크게 올라도 배가 아프지 않으면서 크게 떨어져도 감당할 수 있는 투자금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이 넘은 자산이지만, 아직도 다단계 사기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이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현재 1개(BTC) 가격은 5000만 원을 호가한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불었던 1차 광풍 때 최고점이었던 2500만 원보다도 두 배 높은 가격이다.
시가총액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보다 커졌다. 29일 오전 에셋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574억 달러로 버크셔해서웨이 7344억 달러보다 크다. 이더리움도 우리나라 1위 기업 삼성전자보다 성장했다.
제대로 된 가치인지 언제 터질지 모를 거품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명 기업가들도 투자 열풍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3가지 코인을 보유 중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한 행사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가상자산 투자 사실을 알렸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알파벳) 회장도 최근 웹3 미래에 관심이 있고, 가상자산에 소액 투자했다고 말했다.
만약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젠 어떤 코인을 살지 알아 볼 때다. 성향에 따라 너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과 같이 하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일정한 비중으로 가져가면 된다. 두 코인이 전체 코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최고주의자)로 유명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는 오로지 비트코인만 사들인다. 골드만삭스 출신 라울 팔 리얼비전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더리움 70%, 비트코인 5%, 기타 코인 25%를 보유 중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절반 씩 보유했던 비트멕스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올초 이더리움 75%와 비트코인 25%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한다.
두 코인의 비중은 투자자의 마음에 달렸다. 단 가상자산의 경우 다른 유형의 투자 수단보다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