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초로 만기 10년짜리 분할 상환 신용대출 상품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만기는 길어야 5년이었다.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신용대출 만기를 처음부터 10년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 처음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 입장에서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속에서 대출 가능한 총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개월째 가계대출 잔액이 뒷걸음치는 가운데 대출 상품의 분할상환 만기를 늘려 대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는 만큼, 신용·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분할상환방식 신용대출의 대출 기간(만기)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현재 다른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일반 신용대출의 최장 만기는 5년이다. 연체 중인 신용대출자 등 특수한 경우 일종의 '연착륙' 프로그램 차원에서 10년 만기를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신용대출의 만기로 처음부터 10년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 최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실수요 대출자의 월별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라며 "실질적으로 DSR 산정 과정에서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를 0.2%포인트(p), 'KB스타클럽 신용대출' 금리를 0.3%p 낮추기로 했다.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지난달 21일 5대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린 것을 시작으로,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출시가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최장 35년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이르면 다음 주 40년으로 조정할 예정이고, NH농협은행도 이달 중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현 33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중순께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분할상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대출자가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든다. 만기 연장 상품은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 축소뿐 아니라 대출 한도 증액 효과도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 DSR 규제는 주택담보대출ㆍ신용대출ㆍ카드론 등 은행권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연 원리금 상환액은 줄어들고, 그만큼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예를 들어 이미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연 4%ㆍ30년 균등 분할상환)을 받은 연봉 7000만 원의 대출자의 경우, 만기 5년짜리 분할상환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DSR 40%'를 넘지 않는 최대 대출 가능액은 446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만기 10년짜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약 3000만 원 더 많은 최대 7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체 대출 기간이 늘어나면 부담해야 하는 총 이자액이 증가하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