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신흥시장통화지수 동반 폭락...위안화 비중 30%
“한국 원화·대만 달러, 중국 경기둔화에 가장 큰 압박”
3주간 신흥국 증시서 시총 2.7조 달러 증발
‘셀차이나’ 후폭풍이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여파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1년래 최저치로 하락했고 채권·주식 시장도 동반 추락했다. 그 파장이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 번지면서 신흥시장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악의 급락세에 직면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잿빛 경제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위안화 가치가 폭락했다. 홍콩 역외위안화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당 중국 위안화 가치는 4월 한 달간 4% 이상 떨어져 월별 기준으로 약 12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 결과, 대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MSCI 신흥시장통화지수도 위안화와 동반 폭락했다. 해당 지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 영향이다.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2주 새 4개월 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브라질 헤알, 콜롬비아 페소, 칠레 페소 가치도 급격히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 관련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 손실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HSBC는 중국 경제 둔화를 이유로 9개 아시아 통화 전망치를 낮췄다. TD증권은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가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발(發) 신흥국의 통화 가치 폭락은 가뜩이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뱅크오브싱가포르(BO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만수르 모히-우딘은 “중국 경기침체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정책 파고를 힘겹게 넘어야 하는 신흥국에 부담을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화 가치 하락세는 채권시장과 증시 연쇄 추락으로 이어졌다. 4월 신흥국 채권은 2020년 3월 팬데믹 정점을 찍은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역시 중국 국채 가격 폭락이 견인했다. 지난달 중국 국채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채권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남아프리카, 폴란드, 칠레 등 신흥시장 채권 가격 낙폭은 두 자릿수가 넘었다.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부분 봉쇄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 여파로 3주간 신흥시장에서 시총 2조7000억 달러가 증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