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이유에 대해선 “새 정부에 맞는 인물 와야”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일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회장은 이날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잘못된 결정은 불가역적인 결과와 치유할 수 없는 폐해를 야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이 회장은 “국가의 중요 경제정책을 이런 식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라며 “무리하게 강행하고 나중에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제가 생기면 ‘나는 상관없다’고 회피하는 행태를 과거에도 다 보지 않았냐”고 토로했다.
산은의 지방이전 논리로 언급되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누가 동의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녹아 없어지는 퍼주기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회장은 “정치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팩트만을 말씀드린다”며 작심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박정희 정권 시절 이래 산업적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지역“이라며 ”대한민국 모든 경제산업이 부·울·경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의 경제도시라 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경쟁력을 찾고 타 지역에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다른 곳에서 빼앗아가려고만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합병이나 매각이 불발된 대우조선해양, 쌍용차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조선업 대호황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 모를까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경쟁력, 지속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임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선 “새 정부 출범에 맞춰서 새로운 분이 와서 잘 산업은행을 이끌어가기를 기대하며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며 “매번 정부 교체기마다 흔들기를 하고 설왕설래를 하는 소모적 정쟁의 행태가 5년 주기로 매번 발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주요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깨끗하게 맞추는 법령이 필요하다는 게 제 평소 생각”이라며 “그 외 나머지 기관장들의 임기는 존중해 주는 게 성숙된 형태이며, 선진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친문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한국금융연구원장,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