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주류 매출 중 1%에 불과…해외선 대세지만 국내선 ‘글쎄’
이마트와 롯데칠성음료가 야심차게 진행중인 ‘RTD(ready to drink) 주류' 시장 반응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TD 주류’란 보드카나 럼 등에 탄산음료나 주스를 섞거나 맥주나 탄산수 등에 다양한 향미를 첨가한 주류로,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맛에 부담이 없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3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올 1분기 RTD 주류 매출은 2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억 원) 대비 744.7% 치솟은 수치지만, 전체 주류 매출(1942억 원) 가운데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지난해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가 중장기 역점 사업으로 RTD를 꼽고 5월 출시한 '순하리 레몬진'이 대표 제품으로, 1년간 누적 판매량 1000만 여캔을 기록했다.
4.5도의 ‘순하리 레몬진 레귤러’와 7도의 ‘순하리 레몬진 스트롱’ 2종을 355㎖ 캔 제품으로 나와 있으며, 이번에 500㎖ 제품을 새롭게 출시해 보폭을 넓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RTD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RTD 제품중 스카치블루 하이볼도 리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020년 상반기 RTD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6월부터 점포 내 수입맥주 매장을 리뉴얼해 RTD존을 따로 꾸렸다. 현재 138여 개의 점포 중 70개에서 운영 중이며, 취급 상품 수도 70여 종에 확대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5월 1일까지 RTD 매출 상승률은 15.8%에 그쳤다.
RTD 주류는 해외에서 이미 대세주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다. 시장조사 컨설팅 전문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RTD 주류 시장 규모는 약 7억8000만 달러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3.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은 이유가 크다.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 하드셀처의 글로벌 인기 역시 높다. ‘하드셀처’는 ‘탄산수’를 뜻하는 ‘셀처(seltzer)’에 ‘hard’를 더한 단어로 낮은 도수와 열량이 특징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하드셀처 '화이트 클로'의 2020년 판매량은 약 710만 배럴로 '버드와이저' 판매량(1070만 배럴)에 육박한다. 화이트 클로의 가격이 버드와이저보다 2배 가량 비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출 규모는 더 크다. 일본의 지난해 RTD 주류 판매량 역시 17억2248만 리터(ℓ)로 우리나라 라거 맥주시장 규모(18억8000만 리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RTD 사업에 적극 나서는 곳은 롯데칠성음료와 이마트뿐으로, 경쟁사들은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는 것을 사실이지만,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수년 전 유행일 타다가 최근 힘을 내지 못하는 과일 탄산주의 전철을 밟을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칠성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체 매출의 1% 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업체들은 소주와 맥주가 주력인 만큼 생산라인을 따로 구축해서 뛰어들기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은 직접 생산에 나서기보다는 수입 판매에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하드셀처 콘셉트의 캔으로 즐기는 칵테일 ‘컷워터’ 4종을 선보였다. ‘컷워터’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증류주 제조사 ‘컷워터 스피리츠(Cutwater Spirits)’가 생산하는 캔 칵테일 브랜드로 당과 탄수화물이 없는 99㎉ 저칼로리 제품이다. 도수도 12.5도, 보드카 소다 2종은 모두 5도에 불과하다.
넓은 범위에서 RTD 주류에 포함되는 ‘참이슬 톡톡’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도 과일 저도주가 유행하는 해외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이 회사는 일본에서 참이슬 톡톡 ‘청포도’와 ‘자두’ 2종을 출시했다. 용량 275㎖, 알코올 도수 5%로 탄산이 가미된 리큐르 제품이다. 탄산의 청량감과 함께 풍부한 과일의 맛과 향으로 일본 현지 소비자 입맛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