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재계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와의 별도 만남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주요 그룹 총수와 함께 여러 경제인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형태의 경제 교류가 이뤄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방한 때에도 이 부회장, 최 회장 등 20여 명의 경제인이 한자리에 모여 대미 투자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회동은 한미 양국의 경제 교류를 넘어 반도체·배터리·전기자동차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강력한 경제·기술 동맹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첨단 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협력해 달라는 구체적인 요청과 함께 미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투자 지원책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주요 파트너다. 삼성전자는 20조 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상반기 착공 예정)을 세운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미국 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4대 그룹에 우호적인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약 44조 원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힌 4대 그룹의 대표자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Thank you(감사하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와 별도로 만나는 것은 형식보다 실질적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유도하는 등 실리를 좇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충지인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총수들도 바이든 대통령과 실무적인 의견을 교환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윤 당선인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지는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평택 캠퍼스, 기흥 사업장 등이 거론된다. 화성 캠퍼스는 세계 최초로 1Gb(기가바이트) D램을 양산한 곳으로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등을 종합 생산하는 곳으로 외빈들이 자주 찾아왔다. 평택 캠퍼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헬기를 타고 현장을 내려다본 곳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됐다. 기흥 사업장은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의 전진기지가 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요람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당선인을 직접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이 부회장과 바이든 대통령 간 첫 만남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바이든 대통령 시찰 등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