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 유행으로 몸집을 불린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엔데믹(풍토병)에 접어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고민 중이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진단키트 업체들은 엔데믹에 따른 사업 침체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신사업 등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대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해외에서부터 엔데믹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공중보건위기 선언이 늦어도 7월 15일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산 진단키트의 미국 진출에 활용된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공중보건위기 선언과는 별개로 운영되지만, 이 역시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긴급사용승인제도의 종료가 결정되면 FDA 긴급사용승인으로 미국에 진출한 진단 꾸러미 제품은 사용이 중단된다. FDA는 진단키트 제조사가 이후에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정식 승인을 받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정식 승인을 받더라도 이미 유통한 진단키트의 처분 및 라벨링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진단키트 업체 관계자는 "FDA 정식 승인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엔데믹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까지는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랩지노믹스는 매출 796억 원, 영업이익 504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나 씨젠 등은 아직 실적 발표 전이다.
글로벌 진단키트 수요 감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를 통해 쌓아 올린 현금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의 확대, 인수·합병(M&A), 신사업 등 생존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이다.
적극적인 M&A 계획을 밝힌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첫 M&A로 독일의 체외진단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4조2000억 원에 달하는 유럽 최대 체외진단 시장인 독일에서 다양한 진단 플랫폼의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다른 유럽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를 인수해 브라질과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씨젠은 미국에서 사업을 본격화한다. 리처드 크리거 법인장을 올해 3월 영입하고, 이어 분야별 전문가들로 미국 법인을 채워 나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자체 제품 개발과 임상, 생산 능력 등을 갖춰 북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미국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면서 "더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결정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단키트 생산능력을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는 휴마시스는 분자진단, 생화학진단, 원격진단 등 진단분야 다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제품군 확대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인플루엔자나 뎅기열 등 감염성 질환과 유전성 질환 관련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오미크론 변이 진단키트로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신속진단 분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진단키트보다 수익성이 높은 진단 서비스인 개인 유전자검사(PGS)를 강화해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물론 다른 감염병에도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며, 다른 분야의 사업도 추진력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회사의 특장점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