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스타’ 영화배우 강수연이 지난 7일 향년 55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강수연은 5일 오후 5시 10분경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그는 가족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져 의식불명인 채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하고 7일 세상을 떠났다.
1966년 서울 종로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 배우로 데뷔, 4살의 나이에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대중의 눈에 처음 각인되기 시작한 때는 1983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고교생 일기’가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이후에는 충무로로 자리를 옮겨 ‘고래사냥 2’,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등에 출연하며 영화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1986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강수연이 처음이었다. 이어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또 그는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정난정 역으로 출연,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같이 출연한 전인화, 도지원 등과 함께 이른바 ‘여성 사극’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5년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배우를 넘어 영화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2021년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에 참여해 약 10년 만에 배우로 연내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복귀작이 유작이 돼버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년간 고인과 함께 일했던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월드 스타는 한류라는 시대의 흐름을 어느 정도 타면서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강수연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야말로 외롭고 힘겨운 작업의 결과였다"며 "강수연은 한국영화사의 첫 번째이자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타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배우로서 큰 성취를 이뤘지만 동시에 영화 행정가이자 행동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준 아주 보기 드문 영화인이었다"며 "독보적인 캐릭터로 시대를 앞서갔던 배우이자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분투했던 영화인으로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8일 오전 10시부터 조문을 받고 있으며 영결식은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