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북 핵 개발에 완벽한 환경 제공
경제적 이득도 누릴 가능성
북한이 올해 들어 잇따라 무력 시위에 나서고 있다. 7일 오후 2시 7분께 북한 함경남도 신포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발사했다. 작년 10월 19일 신형 SLBM인 ‘미니 SLBM’을 발사한 지 7개월 만으로, 정보 당국은 이번 SLBM도 유사한 기종으로 판단했다.
앞서 4일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만 14번째다. 2020년 4번, 지난해 8번과 비교하면 작정하고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북한이 압박 차원에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이 미사일 및 핵 개발 프로그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가 북한이 핵 야망을 실현하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북한은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았다는 점을 핵 개발의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 수천 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와 체결한 ‘부다페스트 협정’에 따라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겼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은 이라크, 리비아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또 다른 확신을 얻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례를 언급하며 핵 프로그램 정당성을 강조해왔다. 두 독재자는 핵 야망이 꺾인 후 권력을 내주고 목숨까지 잃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러시아·중국, 영국·미국·프랑스로 나뉜 상태에서 단일한 대북 제재는 언감생심이란 지적도 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7번에 걸친 핵실험에도 중국이 통상적인 반응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시험을 달갑지 않게 여기지만 이를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방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는 사이, 북한이 핵 무력을 과시하며 능력을 강화할 우려가 큰 셈이다.
핵 개발 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콩고물’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이 심화된 러시아와 거래를 늘려 재정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금이 씨가 마른 북한이 미국 주도 대북 제재의 제약을 받지 않는 러시아로부터 싼값에 원유를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원유, 가스, 식량, 비료 등 더 많은 경제 지원을 북한에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수사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이 북한과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핵전투무력이 자기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어용이라던 핵으로 공격하겠다며 위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해당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란코프 교수는 “당장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미래는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혼란해진 틈을 타 자국 핵 야망 실현을 노리는 북한 때문에 한반도 운명도 거친 파고를 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