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호흡기 검체 PCR검사서 아데노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 검출…황달 등 주의깊게 관찰해야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 사례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의심사례 1건이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과 관련 이달 1일자로 의심사례 1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의심사례에 대한 호흡기 검체 PCR검사에서 아데노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내에서도 의심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5월부터 관련 학회 및 의료계와 협력해 감사체계를 구축하고 발생현황 파악과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드물게 발생하는 사례”라며 현재 의심사례에 대해서는 경과를 보고 원인 파악과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영국 보건안전청(UKHSA),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10일 현재 전 세계 19개 국가에서 16세 이하 소아 원인불명 급성간염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4일 기준 발생 237명, 사망 4명이 보고됐다. 실제 영국의 경우 160명 넘는 환자와 의심사례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도 100명이 넘는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WHO와 CDC 사례 보고에 의하면 주요 증상은 복통과 설사, 구토 등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급성간부전과 간 손상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했거나 간 이식을 받은 경우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의 임상학적 특징은 간 효소의 급격한 증가, 황달과 복통, 설사와 구토, 위장관련 증상이라며, 발열 증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많은 사례(환자)가 보고된 국가는 영국과 미국이다. UKHSA 집계에 의하면 3일(현지시간) 현재 기준 영국 전체 환자 수는 163명에 달한다. 이어 많은 사례가 보고된 국가는 미국이다. CDC는 지난 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7개월 동안 25개 주에서 100여명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앨라배마 주의 어린이 급성간염 9건을 포함하면 109건에 달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이탈리아 17명, 스페인 13명, 이스라엘 12명 등 19개국가에서 237명이 원인불명 소아 급성간염 사례로 확인됐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 급성 간부전을 포함한 간 손상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도 나왔고, 미국에서는 5명의 사망 사례도 보고됐다. 영국 보건안전청 임상·신종감염병 책임자인 미라 찬드 박사는 지난 3일 기준 영국 전체 환자 163명 중 11명이 간이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CDC 제이 버틀러 감염병 담당 부국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진행된 화상브리핑에서 원인불명 급성간염 소아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라며, 조사대상의 14% 가량이 간이식을 받았고 약 90%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WHO와 각국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감염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원인으로 의료전문가들과 보건당국들은 아데노바이러스(41형)를 주시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보고됐던 169건 중 74건에서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고, UKHSA 조사에서도 약 77% 가량 환자에서 아데노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제이 버틀러 부국장도 미국 사례 절반에서 아데노바이러스 양성이었고,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A~E형 등 기존 간염 바이러스도 해당 사례에서 검출되지 않아 배제됐다. 실제 지난 6일(현지시간) CDC가 제출한 ‘소아 급성간염과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주간 이환율 및 사망률 보고(MMWR)에 의하면 모든 환자는 A, B,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이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 예방 백신과의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소아 급성간염 환자 대부분이 5세 이하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에는 어리다고 UKHSA 측은 밝혔다. 제이 버틀러 부국장도 “앨라바마의 사례 중 누구도 급성간염으로 입원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이번 질병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반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봉쇄 등으로 여러 바이러스 노출위험이 줄었던 상황에서 최근 방역 완화로 여러 바이러스에 노출된 영향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UKHSA와 CDC, WHO 등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환경적 요인,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등을 두고 면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이 버틀러 부국장은 “다른 병원체와 동물 및 약물에 대한 노출과 관련해 임상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사례 정의는 5월부터 급성간염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16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중 AST(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또는 ALT(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가 500IU/L를 초과해 A·B·C·E형 바이러스간염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이상원 단장도 “현재까지 원인병원체로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추정되고 있지만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흔한 바이러스”라며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관련이 없고, 코로나19와의 관련성도 없다”고 말했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는 최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해외의 경우처럼 최근 실외 마스착용 해제와 거리두기 완화 등 기존보다 방역상황이 완화됨에 따라 국내 발생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이번 소아 급성간염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데노바이러스로 인한 다양한 감염 질환 발생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은 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흔한 바이러스다. 아주 드믈게 간에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과 감염 예방에 대해 오석희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제됐던 바이러스들이 많이 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소아 급성간염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급성간염은 사람간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잘 지켜주는 것이 예방의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WHO도 현재 사례가 보고된 국가는 물론 모든 국가 보건당국이 유사 사례 발생에 대비해 면밀한 감시·보고체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임상 현장에 의심 증상이 있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라 찬드 박사는 지난 3일 보고에서 “급성간염의 징후인 황달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 의료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