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2만 6000명 관람 예정
“청와대를 볼 생각에 설레어서 잠도 못 잤어요.”
10일 오전 11시경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청와대를 찾은 문주우(11) 군은 “청와대가 열린다는 뉴스를 보고 엄마한테 바로 신청하자고 했어요. 커서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74년 만에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행사 시작 전 경복궁역서부터 청와대 영빈관 앞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하루에만 사전 신청을 거쳐 당첨된 시민 2만6000명이 청와대에 방문한다. 오전 11시 40분경 ‘청와대 정문 개방’이라는 경비대원의 신호와 함께 청와대 정문이 열렸다.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영빈관 일대 사진을 찍고 있던 주승범(29) 씨는 “정권이 바뀌고 청와대 개방 같은 커다란 변화가 생겨서 새롭다”며 “친구들과 단체로 예매 후 당첨돼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청와대 개방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나선 농악과 타악기 공연단을 보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정문 앞에서는 ‘우리의 약속’을 주제로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국가무형문화재 강릉농악 소속 공연단 김진옥(68) 씨는 “아침에 일찍 모여 사전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며 “청와대 개방 축하 공연에 참여해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를 찾았다. 유은영(23) 씨는 “전라북도에서 기차 타고 서울까지 올라왔다”며 “청와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남자친구와 함께 데이트 장소로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산에서 온 이선민(가명·34) 씨는 "좋은 사람들과 뜻깊은 날을 함께 하고 싶어 8명이 넘는 인원이 멀리서 왔다"며 "온 김에 청와대는 물론 서울 구경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청와대 개방은 사전 예약 후 당첨이 돼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를 미리 알지 못한 탓에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김상용(가명·68) 씨는 “전면 개방이라 해서 오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미리 예매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등산복 차림의 안옥화(65) 씨는 “주변 풍경도 보고 북악산 등반할 겸 나왔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푸른 청와대 보면서 힐링하게 돼 좋다”고 소회를 전했다.
시민들은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행사진행요원 송이진(가명·47) 씨는 “행사 첫날인 것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며 “역사적인 날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식당은 모여드는 손님들로 붐볐다. 한 한식집 종업원(35)은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 무슨 일이 났나 했다”며 “청와대 개방으로 평소보다 매출이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권역 입장과 퇴장은 정문, 영빈문, 춘추문 등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청와대 개방으로 시민들은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 외에도 관저, 침류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청와대 개방은 22일까지 이어지며 온라인 예약 후 추점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후 개방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