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채권 감소분, 세계 GDP 절반 달해
기업 자금조달 줄고 개인 소비 위축 우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 세계 시가총액은 작년 말 약 121조 달러에서 9일 기준 100조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5개월 사이 시총 21조가량이 증발한 것이다.
사라진 시총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감소액은 15조600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8년 8~11월 기록한 18조3000억 달러 이후 최대다.
증시 하락세는 이달 들어 더 가팔라졌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0일 장중 한때 2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6000선이 붕괴됐다.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최근 5거래일간 하락폭이 약 4%에 달했다.
전 세계 시총 증발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됐다. 연준은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00년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했다. 3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연준 긴축 행보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2018년 1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3%를 돌파, 3.2%까지 치솟았다. 연준발 국채금리 상승세로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자금을 끌어다 썼던 기업들은 이자 등 비용 증가로 경영 부담이 늘게 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이지머니(쉽게 빌리는 돈)’의 최대 수혜주였던 기술주를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등 대형 기술주들의 시총 1조 달러가 증발했다.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가치도 대폭 줄어들었다. 블룸버그세계채권종합지수 분석 결과 작년 말 140조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채권 가치는 9일 기준 123조 달러로 감소했다. 5개월 새 17조 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감소폭은 역대 최대 규모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채권 매도에 나선 영향이다. 통상 증시가 하락하면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오르지만, 최근에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 두 자산이 동반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의 ‘돈가뭄’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 조달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4월 회사채 발행 규모도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산가치 감소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역(逆)자산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