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50% 가까이 급등, 사상 최고치 경신
올여름 여행 수요는 물론 GDP 타격 우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그는 이날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책 관련 연설 직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를 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무엇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는 대중 관세 철폐 또는 완화 방안을 두고 의견 대립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은 대중 관세 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시점에서 대중 고율 관세를 조정하면 자칫 중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잃을 수 있다는 게 관세 인하 반대론자들의 근거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41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자 바이든 행정부가 관세 완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미 USTR는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의 549개 품목 중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자신의 국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할 만큼 미국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기준 8.5% 올라 4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뱅크레이트가 3월 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 정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여름 여행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름값이나 외식비, 숙박비가 올라 계획했던 여행 횟수를 줄이거나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3월 기준 호텔 숙박비는 전년 대비 30% 올랐고, 항공료는 약 24%, 차량렌탈비용은 14% 가까이 올랐다.
애슐리 슈뢰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관광경영 조교수는 “역대 최고 수준의 휘발유 가격이 억눌렸던 사람들의 여행 수요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대신 식사나 여가 활동비를 줄이거나 여행 장소나 여행 수단 등을 바꾸는 등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외식, 여행, 여가 등에 대한 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여름 휴가 여행 수요가 위축될 경우 올해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정점 도달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은 인플레이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중고차 가격이 4월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여기에 지난주 발표된 4월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이 전월 대비 0.3% 기록해 3월 인상률(0.5%)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