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길거리에서 6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체포된 범인은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였습니다. A씨는 지나가던 피해자를 발로 여러 차례 폭행한 뒤 깨진 도로 경계석(연석)으로 내려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A씨는 첫 피해자를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 인근에서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줍던 노인도 폭행했습니다.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A씨는 체포됐는데요. A씨 체내에서는 마약류의 일종인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들과 일면식이 없는 ‘묻지마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강력범죄’라는 인식은 이미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조선족의 강력범죄가 수차례 반복돼 왔기 때문이죠. 2012년에는 오원춘, 2014년에는 박춘봉이 각각 여성을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제 많은 누리꾼은 강력사건이 벌어지면 조선족이 아닌지를 먼저 의심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2018년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허위사실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그려지는 조선족의 모습도 부정적인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다수 영화에서 조선족은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자로 등장하는데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들은 극악무도한 조직폭력배로, ‘신세계’와 ‘황해’에서는 잔혹한 청부살인자로 그려졌습니다. 특히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은 수시로 칼부림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묘사됩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간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2020’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피의자 검거 인원은 17만9105명이었습니다. 그중 중국인이 9만8591명으로 55%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2020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2020년 기준으로 약 203만 명입니다. 그중 중국인은 약 89만 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국적이라고 해서 모두 조선족인 것은 아닙니다. 국내 체류 중국인 중 약 78%인 70만 명 정도가 조선족으로 추정됩니다.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인원 지수’로 따져 봐도 중국인의 범죄율이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국가별로 체류 인구수가 다르므로 ‘거주 외국인 인구추정치’를 기준으로 각국의 범죄율을 비교한 개념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인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파키스탄(2196명)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몽골과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태국 순으로 많았고, 중국(1416명)은 전체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7번째로 중위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내·외국인 전체로 보면 내국인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인원 지수는 2988명으로 외국인(1238명)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중국보다도 2배 이상 높았죠. 인구대비로 봤을 때도 한국인 범죄자가 훨씬 많았다는 얘깁니다.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청년의 삶에 대한 생애사 연구’ 논문에서 “우리 사회는 조선족은 곧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며 “물론 때로 조선족 범죄가 발생하지만 이는 소수의 일탈인데 한국은 조선족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일반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내체류 디아스포라에 대한 치안정책의 나아갈 방향’ 논문에서 “한국의 환경은 디아스포라(조선족)들을 동포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열악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서 민형사상의 피해를 입기도 하고 문화적 갈등과 보호의 부재 속에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내국인들에게는 이들을 문제 집단시하는 편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