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ㆍ달러 환율 13.3원 급등한 1288.6원 마감
가파른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3.3원 급등한 1288.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전 세계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이날 장중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90.0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돌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시기인 2020년 3월 19일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무섭다. 연초만 하더라도 환율은 12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4월 중 1240원을 넘어서더니 26일 125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간밤 미국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8.5%)보다는 낮아졌지만, 시장 전망치(8.1%)보다는 웃도는 수준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4월 CPI 상승 속도는 둔화했으나 시장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기존 0.5%포인트 인상이 충분하다고 밝혔던 연준 위원의 점보 스텝(0.5%포인트 연속 인상)에 대한 긍정적 발언이 달러에 지지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기술주 급락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위험 통화인 원화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환율 상승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도 가속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중 외국인의 주식 투자자금은 42억6000만 달러(약 5조3500억 원) 순유출됐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 자금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순유출을 지속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