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잡지는 무엇일까? 1896년 독립협회가 발행한 ‘대조선독립협회회보’로 보는 시각과, 같은해 대조선인 일본유학생친목회에서 창간한 ‘친목회회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은 종합 잡지의 효시다. 이후 한국 잡지는 당대의 화두와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120여 년의 역사를 기록했다.
한국출판학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학술대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잡지 120년 역사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되짚어보고, 잡지가 담아온 시대정신을 고찰하는 학술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 윤세민 경인여대 교수, 김진두 서일대 교수, 김희주 교육학자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28일 열릴 학술대회에 앞서 주제 발제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는 일제강점기 잡지 창간호를 중심으로 살폈다. 특히 부 교수는 3·1운동 이후 천도교를 배경으로 발행된 월간 종합지 ‘개벽’을 예로 들며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잡지출판인이라 할 수 있는 차상찬은 ‘개벽’을 발행하여 식민지 민중들의 궁핍한 생활상을 고발했다”고 평가했다.
윤세민 경인여대 교수는 한국 최장수 잡지인 ‘경향잡지’를 통해 잡지에 담긴 시대정신을 고찰했다. 윤 교수는 “‘경향잡지’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장수 잡지”라며 “120년 시대정신을 올곧이 담아 온 ‘경향잡지’의 의의는 가톨릭의 긍지, 시대의 목소리, 한글 선도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두 서일대 교수는 1930년대 여성 잡지인 ‘삼천리’를 통해 당시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 설명했다. 그는 “당시 ‘삼천리’에 나타난 여성들의 주장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서 여성관이 달랐다”며 “이들은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과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차별과 해방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희주 교육학자는 교육잡지에 나타나는 당시의 교육관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교육잡지는 교육의 재건화와 상식화(1945년 해방 후), 교육의 계몽화와 대중화(1960~1970년), 교육의 개혁화와 전문화(1980년), 교육의 다양화와 고급화(1990년)를 지향하며 발전했다.
그는 교육의 유연화와 주도화에 주안점을 둔 교육잡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시대에 따라가기 바쁜 교육이 아닌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