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기업 70%, 법 이해 어려워 대응 힘들다"

입력 2022-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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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930개사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 조사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근로 현장에서의 사망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시행 효과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입법보완과 기업들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사고는 141건, 총사망자 수는 157명이었다. 지난해 1분기 사망사고 163건으로 총 166명이 사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제조업에서의 사망사고가 적지 않다. 건설업은 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명 줄었지만 49.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현장에서 제도 정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예방 대책이나 관련 인력·관리비용 투자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대재해처벌법 순회설명회에 참여한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30.7%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기업은 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설명을 듣고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 준수를 위해서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을 위한 조치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63.8%가 아직 ‘조치사항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별다른 조치 없는 기업'도 14.5%에 달했다. 그러나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조치했다'는 응답이 28.5%에 불과했다.

조치했다고 응답한 기업들의 세부적 조치사항으로는 '안전문화 강화'가 8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영진 안전경영 선포'(55.5%), '보호장비 확충'(53.5%), '전문기관 컨설팅'(43.3%) 등 순이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5.1%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준수 이유로는 '안전보건 인력이 부족(55.4%)'이었다.

대한상의 설명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공장을 포함해서 주위 다른 사업장에서도 직원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적이 없어 아직 대응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명확히 하는 지침이나 매뉴얼이 나온다고 하니 이를 토대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중대재해처벌법 중 보완이 시급한 규정들도 제시했다. 가장 우선시 됐던 규정은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규정 신설'로 71.3%가 응답했다. 이어 △근로자 법적 준수의무 부과(44.5%) △안전보건확보의무 구체화(37.1%) △원청 책임 범위 △규정 명확화(34.9%) 순이었다.

정부의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업종별 안전매뉴얼 배포'(64.5%)와 '명확한 준수지침'(50.1%), '안전인력 양성'(50.0%)을 핵심정책으로 꼽았다. 그 외 '컨설팅 지원’(39.0%), '안전투자 재정‧세제지원’(38.8%) 등도 뒤따랐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겠지만,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의무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한 경영책임자에 대해 면책하는 등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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