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교착상태에 머물렀던 소비자 ‘BMW코리아 손해배상 소송’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BMW코리아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지체됐지만 검찰이 BMW코리아를 재판에 넘김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 역시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와 민사16부(재판장 문성관 부장판사) 등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7월로 지정했다. 이 재판부에서 진행된 마지막 변론기일은 2020년으로 거의 2년 만에 변론기일이 잡힌 것이다.
재판이 재개된 것은 앞서 16일 검찰이 BMW코리아 법인과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규형 부장검사)는 이날 BMW코리아 법인과 AS부서 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부 디젤자동차에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에 천공이 발생해 자동차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결함 관련 표현을 삭제하는 등 결함을 은폐했다는 혐의(자동차관리법위반)를 받았다.
BMW코리아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9년 11월부터 시작됐다. 검찰이 2020년 9월 BMW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검찰 처분이 늦어지면서 손해배상 소송도 멈췄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실제 2018년 사건 접수 이래 단 한 번도 변론기일을 잡지 않은 재판부도 있다. 이들 재판부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변론기일 지정을 신청하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와 형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민사 재판은 형사 처분을 지켜보며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형사 처분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민사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고 형사 재판 결과를 민사 재판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검찰이 BMW코리아 법인과 직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손해배상 소송 재판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BMW코리아에 대한 손배소 원고 대리인인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검찰의 BMW코리아 기소 직후 곧바로 재판 변론기일 지정을 신청했다”며 “BMW코리아의 형사 재판이 진행되며 민사소송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너무 오랫동안 지연된 만큼 올해 안에 1심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손해배상 소송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명상 법무법인 해온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를 민사 재판에 인용할 수 있게 문서송부촉탁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볼 텐데 BMW코리아가 협조해줄 지 모르겠다”며 “BMW코리아에서도 ‘기소됐을 뿐 유죄판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수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사 재판이 극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소됐다는 것 자체가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민사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자고 요청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