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UST)ㆍ루나(LUNA)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의 뇌관이 터졌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관련한 위험이 이미 지난해 보고됐고, 각국에서 스테이블 코인 규제안이 거론되고 있었던 만큼 주요국의 규제 당국이 고삐를 바짝 쥐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에 치중해 음지화됐던 스테이블 코인이 양지로 올라올 기회라는 기대와, 시장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투데이가 22일 분석한 '가상자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의 발굴검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특히 글로벌 빅테크의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이 향후 금융시스템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달러화에 연계된 스테이블 코인을 디파이 예금 서비스에 예치 시 연 2%대의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전통 금융기관의 예금서비스 대비 경쟁력이 존재하지만, 탈중앙화 서비스인 만큼 규제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금융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작성했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디파이의 취약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프로그래밍 코드가 공개돼있어 보안취약점에 대한 해킹 공격이 용이하고, 보안사고 발생 시 디파이에 예치된 가상자산이 대거 탈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이 보고서는 "지난해 디파이 관련 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가 상위 10건에서만 무려 16억 달러에 달한다"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당국에서는 규제 필요성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실질적인 규제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 규제안 마련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 대통령 금융실무그룹(PWG)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11월 스테이블에 관한 '스테이블코인 보고서(Report on STABLECOINS)'를 발표했다. FDIC에 가입된 지급보증을 해주는 은행만 스테이블 코인 발행기관으로 규제하자는 내용과 스테이블 코인을 보관ㆍ관리하는 기관도 연방정부의 감독 대상에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가상자산업계 전문가 A씨는 "최근까지는 꼭 은행에게만 관련 업무를 줘도 되는지에 대한 불만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가 시장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라며 "테라ㆍ루나 사태 이후 미 정부의 규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또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안들을 내놓고 있었다. EU는 2020년 9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규제안을 발표,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주체에게 자본규제 및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했다. △이용자 수 200만 명 이상 △발행총액 10억 유로 이상 △거래 규모 1일 50만 회 또는 1억 유로 이상 △준비자산 규모 10억 유로 이상 △7개국 이상의 국경 간 거래 △금융시스템과의 관련성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 유동성 관리방침을 엄격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일본 또한 지난 1월 금융심의회 산하 자금결제워킹그룹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정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상환할 경우 발행자에게 은행업 면허 또는 자금이체업 등록을 요구했다. 더불어 중개인에게는 결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했다.
업계 전문가 B씨는 "글로벌 규제 동향을 살펴보면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을 주축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라며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양지화된다면 오히려 필터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경을 넘나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각국에서 각자의 금융 시스템에 맞춰 규제를 설계하는 만큼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시 역외적용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전문가는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 범죄행위는 국제적으로 조직화돼 나타난다"라며 "루나의 경우도 국내 여파가 적지 않지만 해외 법인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분석되는 만큼, 이를 처벌할 역외적용에 관한 규정에 대해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