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1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조40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한 지마켓글로벌(구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이 줄고 실적 역시 뒷걸음질 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지난 12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이후 전날까지 8.3%가 하락했다. 전날 장중 11만30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이틀 연속 갈아치웠다. 이마트가 종가 기준 11만 원대로 내려온 것은 2020년 8월25일(11만9500원)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올들어 증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지난 해 8월에 18만 원을 넘겼던 주가가 40% 가까이 빠진 것을 두고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마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크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보다 수익률 면에서 압도적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 지난 달 이후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마트 주식을 321억 원 순매도했고, 기관은 585억 원을 팔아 치웠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달만 해도 13만 원대에 머물렀지만 1분기 실적 우려가 커지며 서서히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마트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주가 하락도 가팔라졌다. 이마트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순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8.8% 늘어난 7조3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44억 원으로 72%나 급감했다.
특히 지난 해 3조44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의 실적이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는데, 이마트에 따르면 지마켓글로벌의 1분기 GMV(총거래액)는 3조79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SSG닷컴의 GMV가 1조55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마켓글로벌이 1분기에 영업손실 194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해 실적이 공개되지 않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20년까지 15년 연속 흑자를 냈던 기업이 이마트에 인수된 후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카테고리 운영 전략 변경과 프로모션’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외형 확대와 이익 모두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커머스의 부진을 오프라인 점포들이 매우는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이 트래픽 증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트레이더스는 33%, 스타벅스코리아는 36% 각각 이익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했을 당시 불거졌던 ‘승자의 저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해 이마트가 이 회사를 인수했을 당시 국제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푸어스)는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락을 시사하며 이마트의 영업이익에 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마트의 영업 현금 흐름이 올해까지 계획돼 있는 투자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보다 승자의 저주 발생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올해 SSG닷컴 상장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권사들 역시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며 기대감을 내려놓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22만 원→17만5000원), 미래에셋증권(22만5000원→18만 원), 이베스트투자증권(21만 원→17만 원), 다올투자증권(20만 원→16만 원), 신한금융투자(19만5000원→16만 원), NH투자증권(22만 원→17만 원) 등이 목표가를 낮췄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마켓 영업손실은 거래액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물류비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코리아 인수에 따른 PPA(기업 인수가격 배분) 상각비 400억 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발생할 손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본업에서 특출난 강자인 만큼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오프라인 할인점의 강자로 과거에는 온라인 사업에 보수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신사업 기대감과 비교해 가치평가는 저평가됐다. 적극적으로 변하려는 노력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