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부의 성장 동시에 이뤄지는 유례 없는 상황”
2020년 이후 약 573명이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해 전 세계적으로 총 2668명에 이르렀다고 23일(현지시간) CNN방송이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평균적으로 30시간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셈이다.
옥스팜은 22~26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일명 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고통으로 얻는 이익(Profiting from Pain)’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에 맞춰 포브스 자료를 바탕으로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코로나19가 발병한 2년간 3조8000억 달러(42%) 늘어나 현재 12조7000억 달러(약 1경6124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년간 증가분이 23년간 늘어난 수치를 능가했다. 이들의 총자산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른다.
식품과 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해당 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식품·농업 분야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3280억 달러, 석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분야 억만장자 자산은 530억 달러 각각 늘었다.
BP, 셸 등 5대 에너지 회사는 1초당 2600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식품 분야와 제약 분야에서는 각각 62명, 40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빈곤층이 늘면서 부의 불평등도 악화됐다. 옥스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올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인구가 2억63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시간과 맞먹는 33시간마다 1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억만장자들에게는 ‘대박’과도 같았다”며 “반면 지난 수십 년간 이뤄온 빈곤 완화 진전이 역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써야 할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스 로슨 옥스팜 보고서 책임자는 “역사상 빈곤과 부의 성장이 동시에 이렇게 극적으로 늘어나는 건 유례가 없다”며 “많은 사람이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는 일회성 연대세와 영구적인 연간 부유세 부과를 제안했다. 옥스팜은 백만장자에게는 연간 재산세 2%, 억만장자에게는 5%를 각각 부과하면 연간 2조5200억 달러를 거둬 전 세계 23억 명의 빈곤 구제, 백신 보급, 의료와 사회적 보호 제공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