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은 우크라이나 체조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올가’다. 2013년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던 시점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불안한 정세 때문에 국적을 옮겨 스위스 대표팀 신분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다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은영 프로그래머는 “연대와 폭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굳건하면서도 연약한 소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섬세하고도 담대한 작품”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올가는 프랑스 출신 엘리 그라페 감독의 데뷔작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배우를 기용해 촬영하면서 2021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가조합상을 수상했다.
영상 메시지로 인사를 전한 엘리 그라페 감독은 “주인공 올가를 연기하는 아나스타샤 브디아스키나가 하르키우에 있을 당시 러시아가 끔찍한 침략을 시도하며 폭탄을 투하했다”며 전쟁의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전했다.
감독은 “긴 여정 끝에 그녀는 폴란드로 갔다가 스위스에 옮겨 아크로바틱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매일 보는 이미지들 뒤에는 여전히 현실이 존재한다. 관객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성근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님을 역설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 2년 동안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코로나19로 평화가 깨져 전인류가 고통받았다. 작년에는 미얀마,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서 원자재, 에너지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식량문제까지 심각하게 떠올랐다. 각 나라들이 국경에 경계를 두고 따로 사는 것 같지만, 인류의 한사람으로 같이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화제는 청년층의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품도 다수 소개한다. 지난 한 해 한국 영화의 경향성을 다루는 ‘스펙트럼 K’ 부문을 통해 ‘낫아웃’, ‘최선의 삶’, ‘불도저에 탄 소녀’ 등을 선정했다.
28개국 88편의 '평화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6월 23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와 알펜시아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