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상장된 가상자산' 유사수신행위 처벌 가능할까

입력 2022-05-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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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반신반의'…"규제 필요하다"에는 공감

▲'루나 쇼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LUNA)와 테라USD(UST)의 가치가 99% 이상 폭락한 이른바 '루나 사태'에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ㆍ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루나 사태를 수사 1호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합수단은 유사수신행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다만, 상장된 뒤 거래까지 이뤄진 가상자산에 대해 유사수신행위가 적용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는 법조계 의견이 갈린다.

29일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유사수신행위는 투자금 편취가 주를 이룬다. 특정 가상자산을 개발한다며 투자를 유도한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식이다. 투자자를 소개해주면 수익금 일부를 나눠주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 가상자산이 개발되지 않거나 개발되더라도 상장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일부 투자자들은 '루나 사태'를 촉발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와 테라폼랩스 법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권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기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김민건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권 대표에게 사기죄를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망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가상자산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을 기망했다는 자료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출자한 이상의 금전'을 약속해야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는데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볼 수 있을지가 불명확한 상태"라며 "사기나 유사수신행위가 되려면 다단계 업체에 돈을 내거나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가야 하는데 거래형태만 봐도 직접 거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테라폼랩스가 루나와 테라 시세조종 정황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권 대표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행법상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처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수원 변호사는 "가상자산은 '마켓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시세조종이 상시화돼 있다"며 "코인 개발자부터 거래소까지 다 짜고 가격을 조종하는데 처벌하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으로 봐야 할 것이 법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이 아닌 게 됐다"며 "입법부 작위고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루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테라폼랩스는 테라에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연 20% 이율을 약속했는데 이러한 행위가 유사수신행위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박성민 법무법인LF 변호사는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이라는 수단이 추가됐을 뿐 큰 구조로 보면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을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유사수신행위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합수단에서 법리 검토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가능성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법조계는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 원리가 주식과 유사하지만 관련 법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주식의 대체재가 됐는데 법률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며 "현재 주식 시장에 적용하는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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