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준금리 2.25∼2.50% 전망, 합리적 기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으로 데뷔한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 방침으로 명확히 밝히며,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분간(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크게 올려 잡았다.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5월 나오는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도 있어서 이런 데이터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높아지고,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압력을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지금 추세를 보면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 올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고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재차 물가 상황을 우려했다.
최근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발언에 대해선 "여러 물가 지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할 땐 점진적인 인상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원론적인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이후 한미 금리차 역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향후 빅 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는 "지난 2월과 비교해 지금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 부분도 걱정"이라며 "정부의 다른 여러 정책 방안과 공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기업 부담은 2조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지원은 통화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논의 중인 추가 경정과 기준금리 정책 간 영향에 대해서는 "저희는 금리가 물가에 주는 영향을 집중 해석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0.2∼0.3% 올리는 효과가 있고, 물가는 0.1%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면서 "다만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이고 일시적인 차원이라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대 심리까지 포함해 물가에 2년간 0.1%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늘을 포함해 지난 8개월간 5번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에 0.5%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