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리나라·국제사회, 백신·치료제 및 식량 등 대북지원 방안 찾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북한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다른 감염병 위협이 될 수 있어 북한 코로나19 상황 해결에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과 고려대통일연구원 준비단 주최로 2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전망’ 세미나에서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은 ‘북한의 코로나19 전망과 창의적 협력방안 모색’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북한이 새로운 변이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300만 명 가량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약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 4월 말부터 누적 발열환자는 317만380여명, 사망자는 68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가 적은 이유로 정확하지 않은 보고와 방역 차원의 통계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이사장은 “북한에서 감염병 사망자가 크게 늘면 심리적인 공포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사망자 통계치를 통제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북한 확진자 규모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 추정치”라며 “공식 발표한 발열환자가 오미크론 감염자라면 (발표 수치의) 약 4~5배 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약 1000만 명까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한 달 이내에 전체 인구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변이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백신·치료제 지원 등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백신의 경우 콜드체인 등의 문제가 있다. 다만 김 이사장은 국제사회 지원으로 2007년 홍역 백신 접종을 1개월 만에 완료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지원이 결정되면 한달 내 빠른 접종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더 시급한 것은 치료제 지원이라며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 치료제 공급이 백신 지원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최 교수는 “과학에 기반해 상황을 설명해야 하지만 북한 코로나19 상황은 여러 추정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전체 인구의 60% 이상 감염되는 상황에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의 코로나 유행 상황은 또 다른 변이 등장으로 우리와 국제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약물 등 인도적 지원은 우리와 국제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다. 우리 정부는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해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 2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정부는 북한 코로나19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북한은 반응이 없다. 통일부는 지난 16일 권영세 장관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보내려했지만, 북측은 통지문 접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23일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로 북측에 수령 의사를 문의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호응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 시 양측 정상이 대북 백신지원 등 북한이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으며, 코로나19에 대한 남북 간 협력의 시급성도 있는 만큼 국제기구 통한 지원 등 여러 우회적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우선은 북측이 남북 간 협력에 호응해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지원을 받도록 명분과 실리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은 남북관계의 물밑 물꼬를 트는 인도주의적 사안이 될 수 있다. 미국도 백신과 치료제 등의 대북 지원에 대한 이의가 없다”면서 대북특사 등 대화라인 구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코로나 치료제 등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는 물밑 대화를 재개할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식량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남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북한 인구 하위 30%인 700만 명가량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며, 백신과 치료제, 의약품 등의 지원과 함께 식량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적 보건위기인 펜데믹 극복에 기여하는 북한’이라는 명분을 주는 것도 방안이라고 한 김 이사장은 “대북보건의료협력은 보편성(인도주의), 시급성(생명살림), 현실성(명분과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북 지원이 향후 비핵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코로나 협력을 계기로 북한의 국경이 열리면, 북한 비핵화 조치 실천과 이에 상응하는 유엔제재 완화, 경제협력, 평화협정 등 단계적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상호간 신뢰가 필수다. 코로나19 협력이 그런 신뢰 형성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