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업의 대대적인 투자 전략의 핵심은 ‘미래 먹거리’에 쏠렸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특정 분야를 지목한 기업이 존재하는 한편, 한 발 더 나간 미래 전략을 강조한 기업도 나왔다. 여기에 기업 성장의 필수요건으로 떠오른 친환경(탄소중립 및 넷 제로) 분야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분야에 주력해온 기업은 이 위에 ‘고용과 일자리 확대’에 투자를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각각의 방향성은 조금씩 차이를 지니고 있으나 이들 모두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대한민국 산업계는 1967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전력과 석탄ㆍ정유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제철과 조선ㆍ자동차 산업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소규모 경공업에 머물렀던 산업계가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기를 맞던 때다.
이들은 1970년대 들어 본격적인 수출 확대 전략과 맞물려 '고도 성장기'에 올라탔다. 이때부터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반면 2010년대 들어 산업계는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소련의 붕괴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G2 구도가 본격화됐고, 2008년 리먼 쇼크를 시작으로 세계화 대신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본격화됐다. 이른바 ‘뉴 노멀’이다.
이 무렵,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정보통신 환경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나아가 글로벌 주요 국가가 그동안 이상 속에 머물렀던 ‘친환경’ 정책을 꺼내 들면서 산업계 역시 빠르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전동화 체제로 변화를 시작했다. 자연스레 배터리와 미래 모빌리티가 다음 세대 이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급성장했다.
고스란히 이전 세대 자동차 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이때 시작했다.
국내 주요기업이 1000조가 넘는 대규모 투자 전략을 공언한 것 역시 이런 다음 반세기 먹거리를 추구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담겨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이들의 지향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먼저 삼성과 SKㆍLG 등은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를 향한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미래’를 가장 많이 강조한 현대차는 다음 세대를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의지를 이번 투자전략에 담았다.
특히 미국에 대한 투자 의지가 두드러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맞춰 발표한 투자전략인 만큼, 미래 먹거리의 핵심 전략을 미국에서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포스코와 현대중공업ㆍ한화(탄소중립) 등은 각각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7회와 5회ㆍ5회 반복하며 ESG 경영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기업은 고용 확대와 인재를 강조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를 겨냥해 얼마만큼의 투자를 얼마 동안 지속해야 하느냐는 숙제로 남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투자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기업별로 현금성 자산과 유보금이 쌓인 상태”라며 “글로벌 주요 기업과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 규모와 시기, 분야 등은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