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점으로 고가 수입차 더 팔려
제네시스 영토확장에 고급차 시장 성장
국산차 경쟁하는 중저가 수입차 판매↓
2019~2021년 국산 신차 대거출시 효과
한국닛산 국내 철수도 시장 위축 배경
수입차 시장에서 7000만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반면, 4000만 원 이하의 중저가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성능과 품질을 앞세운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차종 다양화에 나서는 사이, 이와 차별화를 추구한 소비심리가 고가 수입차 판매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한국수입차협회 4월 누적 판매통계를 살펴보면 7000만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203)보다 10.4% 증가한 2만2301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000만 원 이하의 중저가 수입차 판매는 전년(8109대)과 비교해 33.1%나 줄어든 5430대에 그쳤다.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10% 넘게 급증한 사이, 중저가 수입차 판매가 오히려 33% 이상 감소한 셈이다.
고가의 수입차가 중저가 수입차 판매를 추월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다. 경기가 나쁠 때 고급 소비재가 더 많이 팔리는 이른바 '불황의 역설' 말고도, 전체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러온 결과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저가 수입차 판매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국산차의 성능과 품질이 몰라보게 달라지면서 이들과 경쟁구도(가격)를 갖춘 중저가 수입차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갖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중저가 수입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이 무렵 SUV와 고급차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두 가지 필요조건을 모두 갖춘 제네시스 GV80는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이어 제네시스는 △GV70(지브이 세븐티)와 △GV60(지브이 식스티) 등으로 SUV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스포츠 세단 △G70(지 세븐티)와 플래그십 세단 △G90(지 나인티) 등에 제네시스 디자인 테마를 입히면서 제품군을 확대했다.
국산 고급차 브랜드의 약진과 함께 수입차 시장도 판세 변화를 시작했다. 수입차 오너 대부분이 국산차와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제네시스를 앞서는 고가의 수입차로 소비심리가 몰려간 것으로 분석된다.
제네시스가 본격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국산차의 가격 상승이 시작됐고, 수입차 역시 이를 뛰어넘는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된 셈이다.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중저가 수입차로 구분되는 4000만 원 미만의 모델은 잇따라 판매감소를 겪었다.
2010년대 들어 국산차의 성능과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면서 중저가 수입차와 비교해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무렵, 국산차가 다양한 안전ㆍ편의 장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첨단장비를 추가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속속 도입했다. 이와 달리 중저가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이와 견줄만한 전자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맹목적으로 수입차 브랜드를 추구하기보다 '가치 소비'에 나선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국산차 판매가 급증했다.
나아가 2019~2020년 사이 현대차가 대대적인 신차를 쏟아냈고, 기아 역시 2020~2021년 사이 ‘슈퍼 신차 사이클’을 맞아 주력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판매를 끌어올렸다.
국산차의 약진이 이들과 경쟁하는 중저가 수입차 판매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수입차 업계의 지각변동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수입차로 분류했던 일본차 가운데 한국닛산이 2020년 하반기를 끝으로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국산 준대형 세단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닛산의 다양한 모델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중저가 수입차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한국닛산의 철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전략 변화 때문이다. 주요 거점별로 주력 브랜드를 재구성하면서 닛산은 북미에 주력하고 미쓰미시는 아시아, 르노는 유럽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여기에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불매 운동의 여파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결국, 고가의 수입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사이, 중저가 모델은 일부 브랜드의 철수와 국산차의 약진에 밀려 판매 위축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국산ㆍ수입차 모두 고급화 및 대형화
당분간 수입차 시장의 이런 양극화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산차의 평균가격(ASP) 상승보다 수입차의 상승 폭이 더 크다. 수입차 업계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모델을 속속 출시하는 등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중저가 수입차 브랜드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반복하며 힘겨운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푸조와 시트로엥 등이 대표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시작으로 국산 고급차와 차별화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찾는 고객도 많아졌다"며 "중저가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고민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